예상과는 확연히 다른 나가수 결과를 보면서 음악 이야기

프롤로그 영상에서 BMK가 눈물 짓는 장면은 스포일러나 마찬가지였던 만큼, 1 위는 BMK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물론 그 자리에 걸맞는 무대였다. 윤도현의 말처럼, 폭발적인 성량이 있었고, 가끔씩 들리는 갈라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신나고 즐거웠고 보는 내내 정신을 다른 곳에 쏟을 수가 없었다.

반면, 김범수의 공동 6 위는 예상 밖의 일이었다. 완성도 높은 편곡에 김범수의 멋지게 통제된 음색은 2 위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악기 징크스라도 있는 걸까? 아니면 잔잔하고 편안한 음악 자체가 통하지 않는 무대이기 때문일까? 박정현의 소나기 이후로 또 한 번 아쉬운 곡이 나오고 말았다.

반면, 옥주현의 성적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천일동안과 사랑이 떠나가네는 정말 멋진 무대였다. 그러나 천일동안과 비슷한 편곡을, 훨씬 낮은 완성도로 다시 가지고 나올 줄은 몰랐다. 본인이 연습 부족을 언급했지만, 곡 내내 음의 장단을 감정에 맞춰 끌어간다기보다는 박자가 안 맞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불안했고, 끝맺음은 최악이었다.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다.

YB나 박정현의 무대는 그럭저럭. 다만, 박정현의 무대는 완성도는 높았지만, 슬픈 마음을 전달하겠다는 본인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들으면서도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으니.

가요를 거의 안 들었던 탓에 장혜진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무대는 - 긴장만 덜 할 수 있다면 - 박정현과 충분히 경합할 만하지 않나 싶었다. 청량감 있는 음색이 좋았다. 물론 결과는 예상 외로 낮았지만. 조관우는 용두사미의 무대였다. 멋드러진 전반부와는 달리 후반부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소리가 반주에 거의 묻혀버렸다. 아마 본인도 충분히 의식한 것 같으니 다음 무대를 기대해봐야지.

오늘 경연을 보면서, 한 번 정도는 편안한 노래만으로 선곡하게 해보는 건 어떨까 싶었다.

회색빛 하루 일상다반사

온종일 30 도를 넘어가는 폭염이 한 달 넘게 지속되다가 오늘 오랜만에 해가 가려졌다. 하늘은 회색빛. 학교로 향하는 길이 조금이나마 시원해졌으려나 싶었지만, 이번엔 문을 열자마자 높은 습도 때문에 숨이 탁 막힌다.

스터디 그룹과 프로젝트 회의를 마치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체육관으로 향했다. 최근에 근육 운동을 제대로 마무리한 적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끝까지 할 수 있었다...만, 체육관을 나섰을 때 나를 반기는 습기 가득한 날씨!

집에서 씻고 다시 학교로 나서는 길은 언제나 저녁 식사에 대한 고민이 따른다. 평소 가던 곳에 가서 평소 먹지 않던 걸 시켰고, 만족하지 못 했다. 하필이면 스타벅스에서 주문한 더블샷도 평소보다 훨씬 묽었고 ㅜ_ㅜ

다시 두 시간 스터디 그룹 모임이 끝난 후 평소보다는 조금 일찍 집으로 들어왔다. 불완전 연소된 회색빛 재와 같은 하루를 보낸 기분. 내일은 두 과목 공부하고, 저녁에는 맛있는 걸 먹으러 다녀와야겠다.

슬픈 지적 우월감 일상다반사

대륙 사이즈의 바퀴벌레가 날아다니면서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입구로 들어가려고 발버둥치느라 한동안 밖에서 기다렸다. 뽈뽈거리면서 기어다니면 잡기라도 하지, 날아다니니 손을 쓸 수도 없고 ㅜ_ㅜ 잠시 옆집 벽으로 날아간 사이 재빨리 입구 문을 재빨리 열어서 들어온 후 문을 닫고, '역시 인간한테는 안 되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퀴벌레를 상대로밖에 지적 우월감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은 어찌보면 - 아니, 어느 면으로 봐도 - 정말 슬픈 이야기.

맥주와 생라면 식도락을 찾아서

사실 맥주만큼 (일본식) 라면에 잘 어울리는 술도 없다. 진한 사골 국물에 올려진 차슈를 한 입 베어문 후 넘어가는 맥주의 목 넘김은, 어느 와인의 마리아쥬에도 지지 않을 만큼 조화롭다. 게다가 온갖 재료가 들어간 든든한 라면 한 그릇은 굳이 조화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든든한 안주로서 안성맞춤이다.

항상 모든 걸 가질 수는 없다. 돈코츠 국물에 잘 삶겨진 면발과 차슈가 아닌, 끓이지 않고 먹는 신라면이라면? 매운 스프에, 식감이라고도 하기에도 아까운 딱딱한 느낌은 어릴 적 향수를 떠올리고 싶을 때가 아니고서는 어지간하면 다시 먹고 싶지 않게 한다. 하지만 근처에 편의점이라고는 위험천만한 주유소 편의점밖에 없고, 냉장고에는 물과 주스와 맥주, 그리고 집안에 먹을 것이라고는 라면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감지덕지하면서 먹어야겠지.

놀랍게도 이 조합은 의외로 잘 어울린다. 스프가 적게 묻은 조각은 그 나름대로 담백한 느낌이 있고, 스프가 많이 묻은 조각은 정신 없이 매콤한 느낌으로 맥주에 잘 어울렸다. 빈자를 위한 선물일까? 기네스 캔 맥주 하나에 신라면 하나로 잡생각을 지우고 하루를 가볍게마무리할 수 있었다.

다만, 왠지 모르게 서글퍼 눈물이 나려고 하는 것과, 속이 뒤집어지는 느낌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ㅜ_ㅜ 게다가 생각해보니 냉장고에는 샐러리와 당근이 있었다. OTL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 일상다반사

시작은 떠나는 것 덕분에, 끝은 떠나는 것 때문에, 아스라이 지나갔던 긴 시간들이 아직도 마음 한 구석에서 나를 갉아먹고 있다. 낮에는 덜하지만 밤에 혼자 방 안에 다른 짐들과 별 차이 없이 덩그러니 놓여 있을 때는 심해진다.

여행을 다녀오면 덜해지려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다들 어딘가로 떠나더라.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한국으로 들어간다든지 어딘가로 여행을 간다든지 하며 여름을 나고 있다. 반면, 난 집, 오피스, 체육관을 오가며 쳇바퀴 돌 듯 살면서 가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걸 그나마의 낙으로 삼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생각해 보면 방학과 동시에 나를 잠시 놓아줘야 했다. 굳이 한국이 아니어도 상관 없었다. 위험(?)을 감수하고 한국에 들어가는 건 어찌보면 현명하지 않았을지도. 뉴욕도 안 되겠지. 로마는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이니. 샌프란시스코나 시애틀 구경이라도 갔다오면서 여기서는 풀 수 없는 형태의 스트레스를 날리고 오는 것도 좋았겠지.

하지만 이제는 늦었고. 이런 새벽 시각까지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어봤자 가여이 여겨줄 사람은 없으니. 눈 감았다 떴을 때 눈물 맺히지 않기만을 기도하면서, 침대에서 양이라도 한 마리씩 세야겠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